줄기세포 엑소좀 활용한 ‘무세포(Cell-free) 재생의학’ 신기원 열어
기계화학적 프라이밍 기법으로 엑소좀 생산량 5배, 순도 3배 대폭 끌어올려
동물 모델서 신경 세포 사멸 억제, 운동 기능 회복 입증… 한빛사 논문 등재
[스마트경제 복현명 기자] 외상이나 당뇨, 항암 치료 등으로 인해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말초신경’을 세포 이식 없이 재생시키는 획기적인 바이오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전 세계 인구의 최대 8%가 겪고 있지만 마땅한 근본 치료제가 없어 진통제 처방에 의존해야 했던 말초신경병증 치료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세포를 직접 체내에 주입하지 않아 암 발생 등의 부작용과 면역 거부 반응을 원천 차단한 ‘무세포(Cell-free) 재생의학’의 완성도를 산업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전 세계 학계와 바이오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건국대학교(총장 원종필)은 조쌍구 줄기세포재생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장미숙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핵심 물질인 ‘엑소좀(Exosome)’을 이용해 손상된 말초신경을 효과적으로 재생시키는 새로운 치료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나노바이오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Journal of Nanobiotechnology’(인용지수 IF=15, JCR 상위 2.5% 최상위 저널)에 지난 6월 25일 온라인 게재됐다.
아울러 연구 결과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 추천 논문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말초신경병증은 만성 통증과 감각 마비, 운동 기능 저하를 유발해 환자의 삶의 질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난치성 신경질환이다.
지금까지는 통증을 줄여주는 진통제나 항경련제를 투여하는 수준의 ‘대증 치료’가 전부였으며 손상된 신경 자체를 근본적으로 되살리는 치료제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차세대 바이오 치료제로 꼽히는 ‘줄기세포 엑소좀’은 세포 이식에 따른 면역 부작용이 없고 조직 투과성이 뛰어나 최적의 대안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기존의 평면(2차원) 배양 방식은 줄기세포가 내뿜는 엑소좀의 양이 턱없이 적은 데다 배치(Batch)별로 치료 효능의 편차가 심해 대량 생산과 상용화의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연구팀은 이 장벽을 깨부수기 위해 인체 혈관 내부의 물리적 압력 환경을 그대로 모사한 ‘3차원 동적배양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기에 와튼 젤리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넣고 특정 성장인자 TGF-β3로 자극하는 이른바 '기계화학적 프라이밍(Mechanochemical priming)' 기법을 최초로 적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세포 본연의 크기와 형태는 완벽하게 유지하면서도 신경 재생 능력이 극대화된 ‘기능 강화 재생성 엑소좀(MCR-EV)’을 기존 방식 대비 생산 수율은 약 5배, 순도는 약 3배 이상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MCR-EV 내부를 분석한 결과 신경을 재생시키고 염증을 억제하며 세포를 보호하는 다양한 마이크로RNA(miRNA)가 빽빽하게 농축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실제 효과도 눈부셨다.
좌골신경 압박손상(CCI)을 유도한 동물 모델과 탈수초화 척수 절편 배양 모델에 MCR-EV를 투여하자 기존 일반 엑소좀 대비 신경세포 사멸과 염증 반응이 극적으로 억제됐다.
신경의 전선 역할을 하는 ‘축삭’의 재생과 이를 감싸는 ‘슈반세포’의 활성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특히 신경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던 심각한 근육 위축과 조직 섬유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실험 쥐의 운동 기능과 통증 민감도가 정상 수준에 가깝게 회복되는 경이로운 치료 효과를 입증해 냈다.
이번 연구는 건국대 곽연주 박사, 여한철 박사, 전혜민 석사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조쌍구 교수와 서울대 장미숙 교수가 교신저자로 연구를 총괄 지휘했다.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KFRM)과 한국연구재단(NRF), 서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의 전폭적인 국가 지원이 뒷받침됐다.
이번에 확보된 독보적인 엑소좀 대량 생산, 신경 재생 치료 기술은 학술적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즉각적인 상용화 단계로 진입한다.
본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한 건국대학교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인 ‘스템엑소원(StemExOne)’을 통해 본격적인 임상 중개 연구, 글로벌 사업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조쌍구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줄기세포 엑소좀의 생산성과 치료 효능을 동시에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부작용 없는 ‘무세포 치료제’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데 의의가 있다”며 “치료제가 없어 고통받던 전 세계 말초신경병증 환자들에게 근본적인 재생의학 전략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향후 임상 시험과 본격적인 제품 사업화에 가속도를 붙이겠다”고 말했다.
스마트경제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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